유방암 진단 후 되돌아본 나의 생활 습관 (수면 부족, 스트레스, 식습관)

2012년 만 25세 젊은 나이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서야, 나는 내 몸을 너무 당연하게 대하며 살아온 시간들을 하나씩 돌아보게 되었다.

그전까지의 나는 늘 바쁘고, 늘 피곤했지만 그래도 젊은 나이라 늘 괜찮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넘기곤 했다.

이 글은 유방암의 원인을 단정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유방암 진단 이후 내가 천천히 되짚어보게 된 생활 습관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이다.

유방암 진단 후 깨달은 잘못된 나의 일상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두려움과 억울함이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20대의 꽃다운 시절에 암에 걸려야 했을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자연스럽게 내 일상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갑자기 아프게 된 것 같았지만, 사실 내 몸은 오래전부터 작은 신호들을 보내고 있었다.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치여 잠은 늘 부족했고, 식사도 대충 때우기 일쑤였다.

그때는 누구나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프고 나서야, 아무렇지 않게 반복하던 생활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늘 부족했던 잠, 쉬지 못했던 몸

나는 20대에 방송국에서 PD로 일했다.
그래서 늘 잠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해야 할 일은 항상 남아 있었고, 쉬는 시간조차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새벽 2시가 넘어 잠들고도 다음 날은 또 일찍 일어나야 했고, 피곤함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학생이 잠을 줄여 입시 공부를 하듯,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만성이 된 피로에서 몸을 억지로 깨우기 위해 휴식 대신 카페인을 선택했고, 그런 생활은 하루이틀이 아니라 1년 넘게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코피가 나기 시작했고, 잔기침과 감기몸살을 달고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할 정도로 내 몸은 제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듯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끝내 모른 척한 채 참고 넘겼던 것 같다.

유방암 진단 후에는 잠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잠이 게으름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잠이야말로 몸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회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병원에 입원해 보니 유방암 환우들 중에는 수면 시간이 불규칙한 일을 해온 분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간호사처럼 3교대 근무를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곁에 함께 입원해 있다 보니 나는 수면을 대하는 시선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물론 단정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수면 부족이 몸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제는 무조건 오래 자는 것보다도, 내 몸이 제대로 쉬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새 만성이 된 피로와 스트레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잘 견디고 있는 것처럼 살아왔지만, 사실 내 안에는 늘 긴장감이 있었다.

이제서야 인정하지만 나는 예민하고 완벽주의적인 기질에 남의 눈치까지 많이 보는 사람이었다. 할 말도 속으로 꾹 삼키며, 힘든 일이 있어도 금방 털어내기보다 그냥 쌓아두는 편이었다.

몸이 피곤하니 여유도 생기지 않았고, 내면의 화와 스트레스는 점점 더 쌓여 갔다.

좋은 실적이나 남의 시선보다 더 중요한 건 나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었는데, 그때의 나는 내 마음을 잘 달래는 법을 몰랐다.

정작 가장 돌봤어야 할
내 마음은 늘 뒤로 미뤄두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시간들이 내 몸을 조금씩 지치게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면역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유방암 진단 후 가장 많이 하게 된 생각 중 하나는 “나는 정말 괜찮았던 걸까?”였다.

아무 일 없는 듯 살아왔지만, 몸과 마음은 분명히 무언가를 감당하고 있었을 텐데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아차린 건 아닐까 싶었다.

이제는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보다,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 먼저 알아차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내 마음의 상태를 살피고 돌보는 일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무너진 식사, 굳어진 악순환

혼자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살면서, 식사를 제대로 챙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도 샐러드가 건강식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고, 균형 잡힌 밥상이 몸에 좋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현실은 달랐다. 배가 고프면 급하게 먹었고, 바쁘면 끼니를 건너뛰었고, 귀찮으면 간단한 음식으로 대충 때우는 일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한 날이면 이상하게도 자극적인 음식이 더 당겼다. 그 보상심리 때문이었는지, 식사는 점점 맵고 달고 짜야 만족스러워졌다.

그리고 내가 가장 자주 찾던 음식들은 대부분 탄수화물이 많은 것들이었다.

컵라면, 부대찌개, 빵, 떡볶이, 과자.
그런 음식들이 무한 반복되듯 내 일상에 들어와 있었다.

먹는 시간을 정해두기보다 하루 일정에 따라 들쑥날쑥했고,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일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때는 하루 정도쯤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어느새 1년이 넘어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젊은 나이니까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여겼다.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늦은 밤 회식 자리에서는 엄청난 안주 킬러가 되곤 했다.

낮에 졸릴 때는 콜라와 믹스커피로 잠을 깨웠고, 밤샘 작업을 할 때는 박하사탕과 초콜릿, 각종 과자로 속을 채웠다.

나도 처음부터 그렇게 먹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잠을 이겨야 했고, 시간에 쫓겨 업무 마감을 맞춰야 했고, 그렇게 나는 물 대신 콜라와 믹스커피를, 밥 대신 빵과 과자를 선택하는 쪽으로 점점 기울어 갔다.

살이 빠르게 찌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무너져버린 식습관은 오히려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위로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것을 위로라고 착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사소한 반복들은 결국 몸에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아프고 나서야 실감하게 되었다.

젊음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믿었던 시간도, 결국은 내 몸 앞에서 완전히 무사할 수는 없었다.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었다.

거창한 건강식이 아니어도, 제시간에 먹고, 조금 더 신경 써서 고르고, 내 몸 상태를 생각하며 먹는 일 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배워가고 있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보이는 습관들

예전의 나는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순간들이 결코 사소한 것만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쉽게 피로해지는 날, 이유 없이 무기력한 날, 마음이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나는 “빨리 성공하려면 원래 그런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지나갔다.

하루만 더 버티자는 마음으로 반복하던 습관이, 결국 나를 이렇게까지 무너뜨릴 줄은 몰랐다.

강박이었을까.
그 성공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늘 바빠야만 했다. 나는 젊으니까 쉽게 아프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도 있었다.

결국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온전하지 못한 상태라는 걸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환경을 만들어온 셈이었다.

물론 어떤 병의 원인을 한 가지 습관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 역시 “이래서 유방암이 생겼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유방암 진단 이후의 나는, 그전의 생활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무심코 반복했던 순간순간의 선택들이 습관이 되었고, 그 습관들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 이제야 조금씩 돌아보게 된 것이다.

이런 돌아봄은 나를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제라도 내 몸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그리고 앞으로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항암치료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다시 건강한 삶의 방향을 생각해볼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늦게라도 내 몸이 보내던 신호를 돌아보게 된 지금, 앞으로는 나를 너무 쉽게 미루지 않으며 살아가고 싶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의 몸을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었다면, 오늘 하루만큼은 스스로를 조금 더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