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을 만든 나의 사소한 습관들

저는 2012년 만 25세의 젊은 나이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재수가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놓친 것들이 많았어요.
그저 내가 보낸 하루가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유방암을 부른 나의 사소한 습관들에 대해서 말해보려 해요.

수면 부족

저는 20대에 방송국에서 PD 일을 했어요.
늘 촬영장을 다니고 편집을 마치면 매번 새벽 2시가 넘어 잠이 들곤 했죠.
심지어 마감을 위해서 일주일에 하루는 꼬박 밤을 새야 했어요.
평균 수면시간 3~4시간
주변에는 같은 업종 PD선배들이 심장마비나 뇌출혈로 급사했다는 말도 종종 들렸지만 저는 흘려들었어요.
저는 너무 젊었으니까요.
만성이 된 피로으로부터 몸을 깨우기 위해 잠과 휴식 대신 카페인을 선택했어요.
그 짓을 1년 넘게 하다보니 언젠가부터 코피가 나기 시작하고, 잔기침과 감기 몸살을 달고 살더군요.

그렇게 저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서야 하루에 7~8시간을 자게 되었어요.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병원에 입원하고 보니 유방암 여환우 대부분이 수면 시간이 불규칙한 간호나사 3교대 일을 하는 분들이시더군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새벽이 되도록 잠 안자는 언니들 옆에 입원해 보니 유방암 원인 중 압도적 1순위가 수면 부족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과도한 스트레스

저는 제가 예민한 성격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제서야 인정하지만 저는 예민하고 완벽주의적 기질이 있어요.
남이 날 어떻게 볼까 눈치를 보느라 괜찮은 척 속으로 꾹 삼키고 지내는 성격이기도 했어요.
한 번 쌓인 부정적인 감정들은 잔상도 어찌나 오래가는 지..
몸이 피곤하니 여유도 가져지지 않더라고요.
저 딴에는 티를 안 낸다고 했지만 과연 사람들이 몰랐을까요?
주변에 고맙다, 미안하다 감정 표현을 할 줄 몰랐고, 내면의 화와 스트레스를 하루하루 쌓아만 둘뿐 건강하게 풀 줄 몰랐어요.
그게 제 몸의 면역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독이었어요.
요즘은 마음이 불쾌하고 예민해지면 다른 것보다 나를 돌보는 것을 최우선으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으로 독서나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합니다.

엉망진창 식습관

저는 맵고, 달고, 짠 음식이 아니면 맛있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어요.
샐러드나 건강 밥상도 맛있지만 일이 많고 스트레스가 심하면 심할수록 그 보상심리로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더라고요.
저는 맵고, 달고, 짜야 만족스러운 식사라고 생각했어요.
그 중 제가 가장 선호한 음식 종류는 대부분 탄수화물 폭탄이었어요.
주로 컵라면, 부대찌개, 과자, 빵, 떡볶이 무한 반복
지금 생각해보니 중독 수준으로 아찔할 정도로 엄청 먹었어요.

술은 좋아하지 않아 맥주도 어쩌다 1~2캔 정도였지만, 대신 엄청난 안주 킬러였어요.
낮에 졸릴 때에는 콜라와 믹스커피로 잠을 깨고, 밤샘 작업 중에는 박카스와 초콜릿, 각종 과자들을 마구 먹었어요.
저도 처음부터 그렇게 먹은 건 아니었어요.
정신이 잠을 이기려면 입에서 자극을 느껴야 하니까요.
물 대신 콜라와 믹스커피를 즐겨먹다 보니 과자같은 달달이가 필요했어요.
제시간에 식사하는 것도 아까워 수시로 끼니를 거른 대신 빵 하나 입에 물고 일을 했더니 또 다시 믹스커피를 찾는 악순환이 돼 버렸어요.

그 와중에 외식이라도 하면 떡볶이 같은 탄수화물 음식들이 나의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어요.
결국 저는 초고속으로 살이 쪘어요.
비만은 유방암으로 가는 고속도로인 걸 알았지만, 음식을 향한 식탐은 점점 늘어갔어요.
이렇게 한 번에 몰아 먹는 폭식과 불규칙한 식사 같은 나쁜 습관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게 참 무섭게 느껴지네요.
지금은 다행히도 그 나쁜 루틴을 깨부수고 단백질과 골고루 영양을 챙기려 노력하고 있어요.
역시 사람은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찍어 먹어봐야 정신을 차리나 봅니다.

과거를 되돌아 보며..

업무도 과한데 모든 일은 내 손을 거쳐야 하는 예민한 성격에 잠 잘 시간도 부족했고, 좀 더 깨어 있기 위해 밤낮으로 카페인과 간식으로 버티고, 식사는 정작 간편 인스턴드 음식을 입에 물고 뛰어 다녔던 젊은 시절.
저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온전하지 못했고, 스스로를 학대하는 환경에서 자각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텼어요.
남들도 그런 줄 알았거든요.
학생이 잠을 줄여 공부하 듯, 예전 어른들이 주6일에 야간업무까지 했던 것처럼,
저도 바쁘게 살다 보면 이런 것쯤이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젊으니까 나는 굳이 안 아플 거라는 막연한 믿음도 있었어요.
근데 틀렸더라고요.
나의 겉과 속을 건강하게 유지할 줄 알아야 비로소 삶의 목표와 성취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볼 자격이 생기는 거였어요.
평소의 생활 습관들이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고, 그 성적표는 시간차가 조금 날 뿐 나이를 불문하고 반드시 몸으로 신호가 와요.
혹시 저처럼 방향이 잘못된 생활 습관이 있다면,
부디 지금이라도 바른 생활 습관으로 하나씩 바꿔가며 건강하자구요!